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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방태미 [입맞춤] 어둠 속에서도 훤히 얼굴이 빛나고 절망 속에서도 키가 크는 한마디의 말 얼마나 놀랍고도 황홀한 고백인가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ㅡ이해인, 황홀한 고백 *** 끊이지 않을 듯하던 왁자한 웃음소리가 거두어지고 홍인방의 저택에는 다시 고요함이 감돌았다. 뒷정리를 하느라 분주했던 하인들마저 일을 끝마치고 각자의 처소로 돌아가는 늦은 밤, 길태미는 아른거리는 빛의 춤을 물끄러미 관람했다. 천하의 길태미가 혼자 사색이라, 답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얼마쯤은 괜찮지 않겠냐며 어쩐지 자조적으로 내뱉었을 뿐이다. 세상이 달라졌다. 단순히 한 사람을 밀쳐냈을 뿐인데 저를 둘러싼 모든 것이 변했다. 하지만 가장 변한 것은 길태미 자신이었을 게다. 그에게 합하는 어느 순간에도 가장 무서운 사람이었다. 동시에 닮고 싶은 .. 더보기
[인겸X태미X선미] 사하(駛河) -01. 사하 (駛河) [명사] 말이 달리듯이 물이 급하게 흐르는 강. * 장시의 사람들은 차고 넘쳤다. 가끔씩 아무 사람이나 골라 그 사람의 인생을 추리해내는 탐정 놀음도 했지만 정작 그들의 모습을 일일이 기억하지는 못했다. 생김새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의 지루한 놀음감들, 살아 움직이는 척 하는 목각인형들. 웃고 떠드느라 정신없는 사람들 틈에 나와 같이 우두커니 서 있는 인영(人影)도 문득 눈에 띄었지만 으레 그렇듯 서로를 힐끔 쳐다보는 것이 우리네 인사의 끝인 것이다. 어둑한 광장을 밝힌 것은 '빨간' 별이었다. 그 누구도 감히 내보일 수 없는, 모두가 가지고 있다고 느낀 '저만의 보물' 이 당차게도 하늘에 똬리를 틀었다. 올려다보는 이들은 경외심에 몸을 떨었지만 정작 저는 푸른 달을 보며 마음을 빼앗겼을.. 더보기
인겸태미 [날] 검이 맞붙기를 몇 합. 화사단에는 깊은 정적만이 감돌았다. 수많은 화사단의 무사들 중 단 한 사람도 감히 나서지 못한다. 삼한 제일검과 수 합을 붙을 수 있는 검사? 들어보지도 못했다. 홍륜이 살아 돌아왔다고 해도 믿을 정도의 실력에 그들은 모두 입이 닫혔던 게다. 짙게 풍기는 술의 향이 바람과 춤을 춘다. 동시에 검무를 추는 듯 유려하게 움직이는 칼날이 서로를 베어물기 위해 악을 썼다. 길태미가 잠시 비틀거리기를 몇 차례, 보랏빛 옷자락이 움푹 들어가 제 자취를 감추었다. 잔망스런 눈꼬리가 올라가며 그는 제 앞의 사내를 찬찬히 훑었다. 이 정도 검술 실력이면 백윤을 충분히 죽일 수 있었으리라. 그렇다면 과연 누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유들해진 입꼬리가 비릿한 호를 그리며 올.. 더보기